1. 개요
충치 또는 치아우식증은 치아 표면의 법랑질이 손상되는 구강 질환으로, 뮤탄스균 및 소브리누스균 등의 박테리아가 음식물 찌꺼기의 당분을 젖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이 치아의 단백질 구조를 용해하여 발생한다.
어휘 '충치(蟲齒)'는 한자문화권의 옛사람들이 보기에 '이(齒)를 벌레(蟲)가 파먹은 것 같다'고 하여 충치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 '충치 우(齲)' 자도 '이 치(齒)' 자와 '벌레 충(蟲)' 자가 합쳐진 글자이다. 이 밖에 '이가 썩는다'라는 말도 관용적으로 사용된다. 영어로도 'decay(썩는다)'와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2. 원인
정상적인 치아의 외부는 대부분이 조밀하게 침착된 수산화 인산칼슘(Ca5(PO4)3(OH), hydroxylapatite)으로, 사실 박테리아 따위에게 썩을 곳이 아니다. 차라리 잇몸이 썩었으면 썩었지 일부러 썩게 만들려고 해도 썩기 힘든 조직이다. 치아 법랑질의 주성분인 수산화 인산칼슘은 일반적인 박테리아의 생활사 자체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애써 분해할 필요도 없고 보통의 박테리아에겐 단단한 인산칼슘 결정을 깨부술 능력도 없다. 그러나 이 인산칼슘이 그득한 환경을 매우 좋아하는 균이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 뮤탄스균)과 스트렙토코커스 소브리누스(Streptococcus sobrinus, 소브리누스균) 등이다.
대표적인 원인균인 뮤탄스균은 선택적 혐기성(嫌氣性) 세균으로 유산균처럼 당분을 젖산으로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세균이다. 평범한 숫자이면 구강 내 당분을 적당히 분해해서 생존하지만, 문제는 그 숫자가 늘어날 때다. 수가 좀 늘면 어느 정도 알아서 완급을 조절하면서 생존하는 유산균과 달리 뮤탄스균은 당분이 있으면 있는 대로 소모하면서 증식하다가 에너지원이 고갈되면 자신들이 내뿜은 젖산에 녹아서 사멸한다. 그런데 주변에 수산화 인산칼슘이 있다면 젖산이 나오는 대로 수산화 인산칼슘을 녹이면서 중화되기 때문에 뮤탄스 균총이 훨씬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즉, 뮤탄스균에게 가장 좋은 환경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있지 않으면서 항시 수분이 순환하고 수산화 인산칼슘 결정이 농축되어있고 자주 당분이 공급되는 다공성(多孔性) 조직인데, 이건 딱 인간의 치아의 법랑질에 해당한다. 즉 뮤탄스균은 괴이하게도 인간 치아의 법랑질 내에서만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뮤탄스균도 균인지라 입 속에서 저절로 생겨나지 않으며 인간의 구강 내에 존재하려면 밖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서 들어와야 한다.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사실인데, 뮤탄스균에 노출된 적이 없는 사람은 평생 충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다시 말해 충치는 전염병이다.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으면 뮤탄스균도 없으므로 충치로 고생할 일도 없다. 또한 생후 3년이 지나면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들이 구강 내에 자리를 잡아서 끊임없이 신참 박테리아들을 견제하기 때문에 뮤탄스균이 들어와도 충치가 잘 안 생긴다. 또한 체질적으로 두상과 턱이 크고 치아가 크고 두꺼우면 무기질이 더 빽빽하게 박혀있어서 뮤탄스균이 침투하거나 증식하기 어려운 치아에는 일반적인 충치가 잘 생기지 않기도 한다.
뮤탄스균에게 감염된 사람도 관리를 잘하면 균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일은 없기 때문에 충치에 걸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좋은 기회가 오면, 즉 부실 체질+피로+관리부실+군것질 등의 콤보가 터질 경우, 뮤탄스균은 치아 표면 근방의 내부에서 당분을 먹으며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고밀도 세균총을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세균총과 세균총 근처의 법랑질은 지속해서 젖산에 노출되어 무기질을 모조리 잃고 두부나 푸딩처럼 물러진 유기질 조직만 남긴다. 그리고 이 유기질 조직에 구강 내 부패균이 얼씨구나 하고 달려들어 증식하면 바로 악취를 풍기며 검게 썩어들어간다. 상아질은 보통 두꺼운 법랑질이 둘러싸고 있어서 평상시의 구강 내 세균총에 직접 접촉할 일은 없지만, 유기질 함량이 높기 때문에 일단 법랑질 손상으로 인해 접촉하면 훨씬 더 빨리 썩으며, 유기질 자체인 혈관과 신경조직인 치수는 말할 것도 없다. 치수가 부패 세균총에 직접적으로 침범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치아는 기본적으로 투수성 조직이므로 일단 세균총이 깊이 형성되었다면 거기서 나온 다수의 세균이 치수에 도달할 수 있으며 보통은 이때부터 격심한 통증이 느끼고 충치가 생겼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 밖에 아예 산도가 높은 음식을 직접 먹어서 우식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탄산 성분이나 시트르산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양치질하지 않는 경우 등이 있다.
충치가 발생해 치료하는 경우, 검게 부패한 부분과 무기질이 탈락해 변색하고 물러진 부분까지 모조리 제거하게 된다. 세균총에 치수가 침범되었거나 치수에 도달한 세균이 증식해서 2차 세균총을 만들 경우에는 모두에게 피차 굉장히 고통스러운 근관치료를 거치게 된다.
3. 종류
3.1. 발생 부위에 따라
-씹는 면(저작 면) 충치: 치아의 저작 면에 발생하는 충치. 가장 흔하면서 발견하기가 쉬운 편이다. 치아에 검은 점이 생긴 것 같다면 바로 치과에 내원하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운이 좋으면 멈춘 충치라며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충치라도 초반에 치료하면 저렴하게 때울 수 있다.
-치경부 우식증: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곳이 발생하는 충치.
여러 가지 이유로 잇몸이 약해지거나, 구토나 역류성 식도염 등으로 위산이 올라와 치아에 손상을 주는 게 반복되면서 발생한다. 잇몸이 점점 처지는 장년층이 많이 걸린다.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잇몸에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러면 발치를 해야 한다.
-이 사이(인접 면) 충치: 2개의 치아 사이에 발생하는 충치.
씹는 면 충치만큼 흔히 발생하지만, 그에 비해 잘 보이지도 않고 통증도 그리 심하지 않기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사람이 아닌 경우 충치가 심해져서 치아가 깨진 채로 치과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최소가 몇십만 원 하는 인레이다.특히 옆으로 누운 사랑니가 이걸 많이 일으킨다.
-옆면 충치: 치아의 넓은 옆면에 발생하는 충치. 볼살과 맞닿아 있는 어금니에 많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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