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냉방병이란, 냉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벼운 감기와 비슷한 질환을 말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같은 냉방기를 이용할 때 걸리는 여름감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감기'에서 볼 수 있듯, 굉장히 다양한 증세를 보여 주는 것 또한 특징이다.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단 여러 병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하나의 증후군으로 보이며, 상기 언급된 출처인 서울대학교병원 의학 정보에서도 다양한 병인을 제시하고 있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너무 서늘하게 지내려 하면 서한(暑寒)에 감촉되어 질병이 발생함을 감안하면 옛날부터 이미 냉방을 과하게 하다가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에어컨 없이도 물에 젖은 채 생활하거나, 아예 마냥 추운 고랭지나 동굴 같은 데서 거주하는 등 전근대적 방법을 사용해서 냉방 및 피서를 할 수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대에는 에어컨 등 냉방기기의 발달 및 보급으로 인해 더욱 늘어나는 추세이다. 냉방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인은 다양하다. 먼저 잦고 심한 기온 차 때문에 면역력 및 신진대사의 저하되는 경우인데, 과도한 열 스트레스와 저온 스트레스의 반복으로 인해 신체가 지치게 된다. 그리고 레지오넬라증, 환기 부족 때문에 실내에 축적된 병원균 및 오염 물질이 생기는 게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선풍기에 익숙한 사람이 에어컨을 장시간 쐬어도 증상이 일어난다. 주로 오는 증세는 심한 두통이나, 메스꺼움, 설사 혹은 변비, 무기력증, 근육통, 발열, 인후염, 코 막힘, 피로감 등이 있다. 주로 50대 이상인 고연령층은 자연풍에 익숙하다가 선풍기를 쐬어도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에어컨 바람을 쐬면 뼈가 시리다며 에어컨을 기피하는 경우도 제법 찾아볼 수 있다. 걸리면 일반적으로 감기와 비슷하게 치료한다고 하지만, 여름이기 때문에 증세도 겨울의 감기와는 좀 다르며, 따라서 치료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재향군인회 병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 Legionnaires Disease)을 냉방병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레지오넬라증과 냉방병은 매우 다르다.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가 원인인 병으로 우리가 아는 냉방병과 달리 치명적인 병이다. 외국어로 이 레지오넬라증을 냉방병이라 번역해 의사소통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으니 둘의 차이에 주의해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레지오넬라증의 사망률을 대략 10% 내외로 보고 있다.
말은 이렇게 풀어놨지만 요약하자면 극명한 온도 차이가 반복됨으로서 이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라 할 수 있다.
2. 원인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잦고 심한 기온 차로 인한 열 스트레스와 저온 스트레스의 잦은 발생으로 유발된 면역력 및 신진대사의 저하.
- 불결한 냉방기 위생으로 인한 레지오넬라증.
- 환기 부족으로 인해 실내에 축적된 병원균 및 오염물질.
이라 설명된다.
3. 냉방병은 존재하는가?
일단 너무 냉방을 과도하게 해 외부와의 기온 차가 크게 발생했을 때 신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여름철 냉방을 아주 과하게 한다고 해도 18도 내외이고 외부 온도는 몹시 더운 날이라고 해도 38도 정도로 실내외 온도 차는 20도 정도. 하지만 겨울철 외부 온도는 영하인 날이 대부분인데, 난방은 20도 아래로는 하지 않는다. 즉, 실내외 온도 차는 여름철은 최대 20도이지만, 겨울철은 최소 20도이다. 현실적으로 냉난방을 25도 정도로 한다고 하면 실내외 온도 차는 여름철은 10도, 겨울철은 25도로 벌어진다. 더욱더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여름철 평균 온도를 30도, 에어컨으로 냉방 하는 평균 온도를 23도 정도로 잡으면 여름철 실내외 온도 차는 7도에 불과하나, 겨울철은 아무리 못해도 20도가 넘는다.
그런데 이건 따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과거에는 여름에 감기에 걸리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봤었지만,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즉,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애초에 당연하니 난방병 등의 말이 생길 필요가 없는 것.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겨울에는 난방은 다 하고 살아왔다.
그리고 실외 활동의 빈도, 복장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여름에는 옷을 얇게 입고 다니지만 겨울에는 두껍게 입고 다닌다. 반소매나 민소매 등의 옷을 입고 다니면 당연히 체온이 많이 방출된다. 그런데 그 상태로 빈번히 냉방이 되는 실내, 더운 실외를 이동하면 직접적 체온 변화는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겨울에는 그냥 다 두껍게 입고 다닌다. 방에서도 꽁꽁 껴입는 경우가 많으니 정말 극한의 추위, 장시간의 실외 활동의 경우가 아닌 한 의외로 체온이 떨어질 일은 많지 않다.
그런데 온도 차는 겨울이 훨씬 더 크므로, 냉방병의 주원인이 될 수는 없다. 또는 냉방병이라는 것은 실존하지 않는다. 즉, 위의 '온도 차' 논지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들이(당연하게도 그럴 일은 없지만) 겨울에도 여름처럼 실내외에서 똑같은 복장을 하고 다녀야 한다. 또 여름에 냉방이 센 실내에서 긴팔 겉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냉방병을 호소하는 빈도에 차이가 없어야 한다. 아울러 여름이나 겨울이나 사람들이 똑같은 빈도로 추운(더운) 실외에 외출해야 한다.
식품, 생활용품을 다루기 때문에, 사람들의 외출 빈도를 가장 용이하게 측정할 수 있는 편의점 매출을 보면 여름 매출이 겨울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여름은 성수기로 치고 겨울을 비수기로 친다. 여름의 외부 활동량 및 출입 횟수가 월등히 많다는 말. 그러므로 셋 다 현실과 부합하지 않으므로 상당히 빈약한 논리이다.
4. 마무리
사람이 덥다/춥다고 느끼는 온도는 개인차가 크므로 일반화 시키기 어렵지만, 사실관계만 다시 확인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냉방병의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냉방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보통 간과하기 마련이나,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냉방기의 불결한 위생 및 레지오넬라증은 그 연구 결과가 아무리 탁월하다고 해도, 냉방병이라는 단어의 정의 때문에 냉방병의 유무에 대한 증거로 쓰일 수가 없다. 불결한 냉방기로 냉방을 하는 것도 냉방은 냉방이며, 냉방을 한다는 자체로 질병 유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 실험실이 아닌 한, 아무리 세척을 잘하고 소독을 잘한다 해도 일상에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름철은 저온 스트레스보다는 열 스트레스가 더 문제가 된다.
그러나 냉방병의 주요 요지는 저온 스트레스, 열 스트레스 중 뭐가 문제가 되느냐가 아니라 '둘의 (잦은) 교차'로 인한 신체의 이상이다. 어떤 스트레스가 더 강하냐보다는 짧은 기간 내에 번갈아 가며 극단의 위치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 골자가 된다. 고온다습한 동북아 여름의 특성상, 그리고 전기세 먹는 하마인 에어컨의 특성상 언제까지고 주구장창 높은 온도에만 있을 수도 낮은 온도에만 있을 수도 없다. 집에서 주구장창 에어컨을 펑펑 틀고 살기도 힘들고, 냉방 되는 건물에 아무리 오래 있다고 쳐도 들어갈 때랑 나갈 때부턴 다시 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에어컨을 켜면 저온 스트레스가, 끄면 열 스트레스가 들이닥치는 상황을 계속 경험할 수밖에 없다.
저온(한겨울 수준이 아닌 상온 기준), 건조한 환경에서 맹위를 떨치는 질병도 있다.
습도가 낮아지면 세균의 활동이 어려워지나, 바이러스의 활동은 오히려 왕성해진다. 또한 한국은 겨울에 매우 건조하다. 이 때문에 건조한 겨울에는 바이러스성 감기가 판을 친다.
냉방병과 '여름'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메르스가 특히나 대표적인 예시이다. 메르스의 한국 유행은 한국의 5~6월 가뭄과 궤를 비슷하게 했으며 발원지도 건조하기로 유명한 중동 지역이었다. 메르스가 습기에 약하다는 기사 또한 존재한다. 더위에 약하다는 것은 덤. 냉방기는 결로현상으로 인해 실내를 건조하게 만들고, 실내 기온도 낮춰주니 바이러스가 활동하기가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균의 감염증상 역시 냉방병과 유사하나, 대다수 바이러스의 감염증상 역시 냉방병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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